Shall we dance?
2000년 1월부터 2001년 12월까지 근무했던 전 직장에서..
사보에 글을 좀 썼었다..
지금 다시 보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걸 어쩔 수 없지만.. ㅎ
그 당시의 기록 정도의 의미는 있지 않을까 싶다..
한곡 추실까요?
-영화 ‘Shall we ダンス?’를 보고...
“한곡 추실까요?”
이런 말을 들으면 우리가 떠올릴 수 있는 장면은 두가지 정도가 있을 겁니다.
예전의 한국영화에서 자주 나왔듯이 싸구려 조명이 빙글빙글 도는 캬바레에서
춤바람 난 중년부인에게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제비족 청년이 던지는
느끼한 말... 아니면 가끔 외국 영화에서 보았던, 중세의 화려한 홀에서 화려한
의상과 가발을 쓴 채 잘 생긴 청년이 아리따운 아가씨에게 정중하게 건네는 말...
아마도 전자를 떠올리는 경우가 더 많을 듯 싶은데, 어느 쪽도 일상적이지는
않은 풍경이죠?. ‘사교댄스’라고 하면 이렇듯 많은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뭔가 특별한(그것도 좋지 않은 쪽으로)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러운게
우리네 정서라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한곡 추실까요?”라는 이 말을 들으면 입가에 미소를
가득 담고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흐뭇해 할 수 있습니다. 바로 이 영화
‘Shall we ダンス?’를 보고 나면 말이죠.
28살에 취직, 31살에 결혼, 40살에 내집마련... 퇴근하면 바로 귀가하여 가족과
시간을 보내는 너무나도 모범적인 대기업 경리과장 스기야마. 어려서부터 꿈꿔오던
댄스대회 결승전에서 결정적 실수로 우승을 놓쳐버리고 조그만 댄스교습소에서
춤을 가르치며 매일 밤 창밖을 한숨지으며 바라보는 여인 마이.
우연히 전철 차창 밖에서 발견한 그녀의 모습에 반해 단 한번만이라도 그녀와
춤을 춰보고 싶다는 이유로 댄스교습소를 찾는 스기야마. 그러나 이미 그런
수강생이 한둘이 아니었을 그녀는 그를 차갑게 대합니다.
다 때려치우려고 생각한 스기야마는 그러나 ‘내가 춤을 배우려고 한 것은 당신
때문만이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겠다는 오기로 댄스교습을 계속 받습니다.
그러던 그는 어느새 춤에 흠뻑 빠져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 스기야마를
바라보면서 마이 또한 자신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어느날 여느날처럼 창밖을 내다보며 한숨짓던 마이는 교습소를 나간 후 전철역
플랫폼에서 스탭을 밟고 있는 스기야마를 발견하게 됩니다.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인 이 장면에서 우리는 두 사람 사이에 어떤 공감대가 형성되어감을
알 수 있죠.
이 영화가 요즘 워낙 인구에 회자되고 있기에 자질구레하게 영화 이야기를 옮기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 같습니다.
과연 사교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슬로우~슬로우~퀵~퀵~으로
대표되는 스탭일까요? 사교댄스는 혼자서 추는 춤이 아닙니다. 파트너가 있지요.
혼자서 아무리 정확한 스탭을 밟는다고 하더라도 파트너와 어우러지지 못한다면
하나의 댄스는 완성되어질 수 없습니다. 사교댄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탭이 아닌 파트너에 대한 배려와 마음으로부터의 신뢰입니다.
이것이 단지 사교댄스에만 해당하는 이야기일까요? 무인도에 사는 로빈슨 크로소가
아닌 한 우리는 누구나 파트너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것이 배우자일 수도 있고,
직장 상사․동료․부하직원일 수도 있습니다. 결국 파트너 없는 인생을 생각할 수
없다면 우리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파트너에 대한 배려와 신뢰라고
한다면 지나친 것일까요?
그렇기에 전 이 영화가 권태기에 빠진 중년의 회사원이 우연히 분 춤바람 속에
새로운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라기보다는,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우리들이 잊고 사는 우리네 인생의 단순한 진리를 사교댄스라고 하는 다소 특이한
소재를 통해 일깨워 주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스기야마와 그 부인과의
관계에서도 잘 알 수 있지요. 그녀는 남편이 춤을 그만두는 것을 바랬던 것이
아니라 자기와 함께 하기를 바랬던 겁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내내, 또 영화관을 나서면서 입가에 미소를 짓지 않을 수 없는
이유도, 일본영화로서는 드물게 미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저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인생을 함께 하고
싶은 상대를 만난다면 마음속으로부터 배려와 신뢰를 가득 담아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고...
"한곡 추실까요? 평~생 저와..."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Gloomy Sunday..
Gloomy Sunday..
2009.09.12 -
Battle Field Earth..
Battle Field Earth..
2009.09.12 -
굿바이, 시네큐브..
굿바이, 시네큐브..
2009.08.12 -
20090702 : Lena Park.. 사랑을 말하는 그 열번째 방법..
20090702 : Lena Park.. 사랑을 말하는 그 열번째 방법..
2009.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