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rendipity..
evan and jaron 'The Distance' (Serendipity OST)
크리스마스며 연말연시가 되면 사람들은 ‘따뜻함’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퇴근길
따뜻한 오뎅국물 한잔이라도 마셔야 될 것 같고, 술을 마셔도 시원~한 맥주보다는 얼큰한
국물과 함께 식도를 뜨겁게 타고 내려가는 소주가 더 땡기고, 무엇보다 1년 내내 아무렇지도
않던 옆구리를 차갑게 파고드는 냉기와 허전함을 막아줄 그 누군가를 (평소보다 좀 더 열심히)
찾게 된다.
그래서 영화도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선택하게 되는가 보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낄낄거리면서
봐야 제 맛인 코미디(혼자서 낄낄거리다는 **넘 취급받기 딱이다)나, 이것저것 때려 부수고
이리저리 날라 다니는 블록버스터(집에서 DVD로 보다가는 윗집, 아랫집, 옆집에서 인터폰이
불나게 항의가 들어온다)가 아닌 다음에는 집에서 혼자 차분하게 영화보기를 즐기는(결코
극장 내 연인들이 모습이 눈꼴사납기 때문이 아니다! ^^;;) 내가 고른 로맨틱 코미디 영화,
Serendipity.
Serendipity. 영한사전에는 '뜻밖의 발견(을 하는 능력), 운 좋게 발견한 것'이라고 설명되어
있다. 음, 쉽지 않은 단어다. 이 영화를 보기 전엔 몰랐던 단어다(-.-;;). 어쨌든 제목처럼
이 영화는 ‘운 좋게 사랑을 발견’하지만 ‘어렵게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한 커플의 이야기다.
조나단과 사라는 각자의 연인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기 위해 백화점에 들렀다가 우연히 만나
몇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을 가지게 된다. 헤어지기를 아쉬워하는 조나단.
사랑은 운명적이어야 한다고 믿는 사라는 조나단의 연락처를 적은 5달러 지폐로 물건을 사고는
그 돈이 자신에게 돌아오면 연락을 하겠다면서, 자신의 연락처는 가지고 있던 책에 적어 헌책방에
팔테니 책을 찾게 되면 연락하라고 한다.
수년(그 수년 동안 조나단은 얼마나 많은 헌책방을 뒤졌을 것이며, 사라는 얼마나 많은 5달러
지폐의 뒷면을 확인했을까?)이 흘러, 각자의 약혼자와 결혼을 앞둔 두 사람에게 수년 전의
만남을 떠올리게 하는 일들이 자꾸만 벌어진다. 사라는 혹시 이것이 운명적인 사랑은 아닐까
확인하기 위해 뉴욕으로 오게 되고, 조나단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들기 위해 그녀를 찾아 헤매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언제나 그렇듯이(^^) 두 사람은 다시 만나게 된다.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이지만, ‘운명’을 암시하기 위한 영화 속 아기자기한 장치들과 존 쿠색,
케이트 베킨세일의 매력이 어우러진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조나단과 사라의 행복한 웃음을 뒤로 하면서 영화가 끝나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해 본다. 어렵게
다시 만난 두 사람. 과연 그들의 사랑은 운명적인 것일까? 이제부터 다시 확인해 나가야 할텐데...
때론 의심하면서, 때론 안도하면서. 그렇다면 별다를 게 없는 것 아닐까? 무엇이 ‘운명적’이고
그래서 무엇이 특별하단 말인가? 사랑이란, 아직도 너무 어렵다. (-.-)
하지만 아직도 사랑은 운명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나 거기엔 우리들이 흔히 잊어버리기 쉬운
사실이 하나 숨어 있다.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그 사랑을 ‘운명적인 것’
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 자신이 수없이 ‘결정’하고 ‘선택’하여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때로
운명이란 우리의 선택을 합리화하거나 그에 따른 책임을 다하기 위한 변명일 뿐인지도 모른다.
모, 그러한 우리의 선택 역시 운명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은 없다.
그러나... 내가 무엇보다도 서글픈 것은 그러한 운명도, 선택의 기회도 우리 모두에게 준비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가볍게 웃음 지으며 볼 수 있는 영화를 보고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걸 보니 역시 때는 때인가
보다. 빌어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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