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819 : 뮤지컬 'Blood Brothers'..
런던에서 맞는 34번째 생일.. ^^
마침 LSE에서 석사과정을 하고 있는 이전 직장 후배와 같이 저녁을 하긴
했지만 생일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괜히 조그만 선물이라도 사려고
할 거 같아 그런 부담은 주기 싫었다..
같이 연수를 온 동료는 오늘 밤 비행기로 돌아가기 땜에 오전에 잠시 같이
시간을 보내고 헤어졌다..
비도 내리고 딱히 어디를 갈 수도 없기에.. 역시나 뮤지컬을 한편 보기로
했다.. 작년에 국내에서 공연되기도 했던 'Blood Brothers'..
내용도, 음악도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무작정 표를 예매하긴 했지만 전반
적으로 만족스러웠다.. ^^
저녁 약속시간까지는 시간이 남아서.. St. Martin-in-the-Field 교회에 들어
가서 저녁 공연 리허설을 보았다.. 오늘 저녁 공연은 비발디의 사계, 파헬
벨의 캐논 등.. 리허설을 보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진다..
저녁을 마치고 레스터 스퀘어와 토튼햄 코트로드 중간에 위치한 극장으로
찾아갔다.. (이제 웨스트 엔드의 극장들 위치는 거의 외웠다.. ㅎㅎ)
이미 두명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가난한 존스턴 부인.. 설상가상(?)으로
쌍둥이를 갖게 되었다.. 존스턴 부인이 가정부로 일하고 있던 부유한 리온
부인이 그녀에게 은밀한 제안을 하게 된다..
쌍둥이 중 하나를 자기에게 달라고.. 그러면 언제든지 아이를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하지만.. 아이를 바라보는 존스턴 부인의 눈길에 불안을 느낀 리온 부인은
약속과 달리 존스턴 부인을 해고하고 다시는 아이를 못볼 것이라고 한다..
'쌍둥이가 그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모두 죽게 된다'는 미신을 들먹이며..
그러나.. 몇년이 흘러 우연히 존스턴 부인의 아들 미키와 리온 부인의 아들
에디, 그러니까 쌍둥이 형제는 친한 친구가 된다..
리온 부인은 그들을 못만나게 하고 이사까지 가게 되지만.. 질긴 인연은
그들을 갈라놓지 못한다..
이제 성인이 된 미키와 에디.. 그들 사이에 린다가 끼어들게 되고.. 에디는
린다를 미키에게 양보하지만.. 형의 범행에 함께 했다가 감옥 신세를 지고
나온 미키는 약물에 빠져 허송세월을 하고..
삶이 버거운 린다는 에디에게서 위로를 받게 된다..
존스턴 부인이 에디를 뺏어갔다고 절망한 리온 부인은 미키를 찾아가
린다와 에디의 관계를 폭로하고.. 미키는 에디를 찾아가 울부짖는다..
미키를 말리기 위해 둘이 형제임을 알리는 존스턴 부인.. 그러나 에디는
미키의 총에, 미키는 경찰의 총에 쓰러지고.. 존스턴 부인은 '이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해달라~'고 울부짖는다..
원작자인 'Willy Russell'이 리버풀의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노동자와 여성
의 시각에서 작품을 많이 썼다고 한다..
이 작품도 사회계급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생일날 저녁에 보기에는 별로 적합해 보이지 않는 스토리지만.. 모 워낙에
비극을 좋아하니까.. ^^
성인 연기자들이 아역을 연기하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내게도 하지만.. 무척
자연스럽기도 하다.. 그 어떤 뮤지컬보다도 배우들의 연기에서 열기와
에너지가 느껴졌다..
음악은 몇 안되는 곡들이 변주되고 있지만, 스토리 전개가 짜임새있어서
인지 지루함은 없다..
공연이 끝나고 CD를 살까 하다가 말았는데.. 다음날 피카딜리 서커스의
버진 메가스토어에서 'Barbara Dickson'('I Know Him So Well'을 불렀던..)이
존스턴 부인 역을 노래한 CD가 한장 보이길래 당장 집어들고 왔다..
부단히 극복해 보려 애쓰지만.. 대부분 운명에 무력한 인간들..
오전에 내리던 비가 그쳐 다시 청명해진 런던의 밤하늘을 올려다 보면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가볍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절망적이지도 않다..
적어도 노력해 볼 기회는 아직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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