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을 찍는다는 것..
작년 6월에 '주간MBC'에서 원고를 부탁받고 썼던 글..
여전히 이런 생각으로 셔터를 누르고 있는가......
===================================================================================================
오픈 칼럼::최진훈 사우의 포토에세이
“사진을 찍는다는 것….”
혼자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다 보니(많은 사람들은 ‘그럴 수밖에 없어서다’라고들 한다. -.-),
언제부턴가 자연스레 한손에는 카메라가 들려있게 된다.
낯선 곳에서 마주치는 새로운 풍경과 사람들을 담아두고 싶어서이기도 하지만,
사실 사진이라도 찍고 있지 않으면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쓰였기 때문은 아닐는지….
요즘은 조금 달라졌을지 몰라도, 그 당시에는 혼자 여행 다니는 사람을
실연을 당했거나 실직한 사람 정도로 보는 시선이 많은 듯했다.
괜한 자격지심이었을까? ^^
그렇게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누가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별 망설임 없이 ‘사진’이라고 대답하게 됐다.
그렇다고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그저 수중에 가진 카메라와 렌즈가 늘어났으며, 사진에 관한 책들을 몇 권 읽어봤고,
셔터를 누르기 전에 잠시 생각을 한다는 정도?
한 장의 사진에 심오한 의미를 담아내는 사진작가가 아니라
그저 일상을 담는 이른바 ‘생활 사진가’에게 사진이 주는 가장 큰 기쁨은
무엇보다도 ‘순간의 기억을 영원한 추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추억을 ‘함께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낯선 외국 땅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우연하게 만난 사랑스러운 모습을 담기도 하고….
새삼 우리나라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하며….
지금은 훌쩍 커버린 조카의 예쁜 미소를 오래도록 간직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사진이 주는 기쁨이고,
그래서 내가 오늘도 카메라를 들고 나서는 이유다.
나머지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더 멋지게 표현한 Ansel Adams라는 사진작가의 말로
대신해 볼까 한다.
We don't make a photograph just with a camera;
we bring to the act of photography all the books we have read,
the movies we have seen,
the music we have heard,
the people we have loved.
지난 번 함양에 다녀온 날..
사진 찍으러 나선다고 하니
친구가 잘 다녀오라며 메일로 보내줬던 글이다..
완전 동감이다.. ^^
=================================================================================================
사진을 찍는 행위는 일종의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이다.
그때 그순간 그 사람앞에 내가 서있었다는 것,
카메라 뒤에서 때론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때로는 아프고 시린 마음을 쓸어내리며
내가 그이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이종국, 잘 있나요,내 첫사랑들>중에서
나의 모습이 찍혀있는 사진보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에 더 오래 눈길이 머무는 것은
아마 그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내가 잃고 싶지 않은 풍경, 오래도록 눈길을 주고싶던 대상앞에 서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아가며 셔터를 누르던 그 순간들로 늘 나를 데려가 주니 말이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 또 내가 그 사람과 함께였다는 것.
시간이 흘러 먼 꿈처럼만 여겨지는 아름다운 추억 한 자락을
바로 여기에 불러주는 마법같은 힘이 그 안에 담겨있다.
어느 가을, 낙엽지는 거리에서 함께였던 우리.
그 사진속 풍경에 안부를 전해본다.
댓글
이 글 공유하기
다른 글
-
결혼.. 아이..
결혼.. 아이..
2009.10.08 -
꿈이었으면..
꿈이었으면..
2009.10.06 -
지난 주 외부 활동..
지난 주 외부 활동..
2009.09.14 -
I will pray for You..
I will pray for You..
2009.0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