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편안~한 영화가 얼마만인가..
화면도.. 그 속에 펼쳐지는 풍경도.. 배우들의 연기도.. 관객도.. 너무나도 편안하다..
한편의 영화를 끝내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다가 첫사랑 여인과의 10년전 약속을 떠올리며
우도(실제 영화촬영은 우도 옆 비양도에서 이뤄졌다고 한다)를 찾은 영화감독 현성..
10년 전 첫사랑과 하룻밤을 보냈던 모텔은.. 아내가 집을 나간 후 말을 잃어버린 주인과
그를 도와주기 위해 잠시 내려와 있는 조카 소연이 지키고 있다..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10년 뒤에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확인하러 온 현성.. 나쁜 일기 탓에 섬에 좀 더 머물면서.. 띠동갑인 소연과 서로에게 호감
을 갖게 된다..
'깨어진 약속'에 상처받은 현성은 '새로운 약속'에 힘을 내고.. '이뤄진 약속'에 행복해
한다..
영화의 제목 '깃'은.. '깃털처럼 부질없음'을 나타낼 수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인연의 소중함을 나타낼 수도.. 소연이 꾸는 탱고댄서의 '꿈'(그녀는 머리에 깃을 꽂고 춤
추는 꿈을 꾼다)을 나타낼 수도 있을 듯 하다..
맑고 깨끗한.. 그래서 사랑스러운.. 그래서 나 자신이 서글픈 그런 영화였다..
2003년 봄 부서 워크샵 때 짬을 내 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