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ncer In The Dark..
Bjork 'New World (Dancer In The Dark OST)'
Next to the Last Song...
- 영화 ‘어둠 속의 댄서(Dancer in the Dark)’를 보고...
이 영화처럼 보는 이들의 반응이 극단적인 영화도 없을 것 같다. 그래서, 영화 자체만큼이나
이 영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는가 하는 것이 내게는 무척 흥미롭다. 그런 이유에서도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감히 이 영화를 보는 기회를 갖도록 권하곤 한다. 엄청난 비난과 원망이
쏟아질지 모르니 ‘추천’이라는 말은 삼가면서...
영화는 제목처럼 어둠 속에서 음악만으로 시작된다‘고 한다’. 개봉당시 영사기 고장이 아닌가
하는 작은 소동까지 일으켰다는(소리만 나오니까) 이 오프닝은, 그러나 국내에 출시된 DVD에서는
원판과 달리 추상적인 이미지들을 집어넣은 미국 개봉판의 오프닝으로 대체되어 버리는 바람에
직접 확인할 수는 없다. 이 점이 못내 아쉽지만, 게으름 탓에 극장에서 보는 기회를 놓친 나
자신을 탓할 수밖에...
음악이 잦아들 무렵, 감독의 이름을 앞세운 타이틀이 뜨는 바로 그 순간부터 당황스럽다. 특히
영화 ‘킹덤’으로 국내에 심야영화의 붐을 일으켰던 감독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의
영화를 실제로 접하기는 처음인 나에게는 더더욱... 가정에서 사용하는 디지털 캠코더로 촬영한
거친 영상은 2.4:1의 Wide Screen속에서 상하좌우로 흔들리며 어지럼증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 영화를 계속 보아야 할까?하는 의문에 망설이게 될 때쯤 등장하는 첫 뮤지컬 장면은 온 몸에
소름이 돋는 전율을 느끼게 만들며 나를 영화 속으로 끌고 들어가 버린다.
셀마는 체코에서 미국으로 이민 온 미혼모.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아이의 아버지도 알지 못한다.
서서히 시력을 잃어 가는 유전적인 질병도 갖고 있다. 더욱 절망적인 것은 그녀의 아들마저 같은
병을 앓고 있다는 것. 그녀가 미국에 온 것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시력검사표를 외워가며 밤낮
으로 공장 일을 해 억척같이 돈을 모으는 것도 오직 아들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서다.
그런 그녀의 삶에 있어 유일한 즐거움이 바로 뮤지컬. 공장 내 뮤지컬 모임에도 참석하고, 흐려져만
가는 눈으로 극장에서 흑백의 고전뮤지컬을 보는 그녀는 주변의 소음들을 리듬 삼아 자신만의
뮤지컬 속으로 빠져들곤 한다.
영화 속 뮤지컬 장면들은 모두 이런 셀마의 상상 속의 장면들인데, 시종 흔들리던 거친 화면이
이때만은 안정되고 화사해진다. 그 차이는 셀마의 현실과 상상의 차이처럼 보인다. 또 이 뮤지컬
장면들은 모두 셀마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등장하는데, 이는 셀마의 긍정적인 성격을 보여주는
것일 수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갑작스레 등장하는 노래와 춤은 이제 막 그녀를 동정하기 시작하는
나의 감정이입을 가로막는다. 하지만 가만히 셀마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그 노래를 통해 그녀가
말하는 것을 듣고 있으면 그 부조화 속의 조화가 오히려 나의 가슴을 더욱 저리게 만들어 버린다.
철길 위에서 자신의 안경을 내던지며 ‘난 이미 모든 것을 보았으니 앞을 못 보는 것쯤 상관없다’는
‘I've seen it all’에서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는 눈물은, 아들의 수술비를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을 기다리는 독방 안에서 부르는 ‘My Favorite Things’와 사형장으로
향하며 부르는 ‘107 Steps’에 이르면 두 볼을 타고 흐르기 시작해, 감형의 기회를 포기한 자신의
소원대로 수술을 받은 아들의 안경을 손에 꼭 쥔 채 처음으로 주변의 소음이 아닌 자신의 심장
고동소리를 리듬 삼아 사형대 위에서 부르는 ‘The Last Song’에 이르면 주체할 수 없는 통곡으로
변하고 만다.
하지만 영화의 앤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난 뒤에도 두고두고 나의 뇌리에 남는 것은 100대의 카메라를
동원해 단 한번에 촬영했다는 뮤지컬 장면들도, 어머니께서 얘가 무슨 일인가 들여다보실 정도로
날 울먹이게 만든 셀마의 사랑도 아니다.
뮤지컬을 볼 때면 언제나 마지막 바로 전의 노래(Next to the Last Song)에서 극장을 나선다고,
그러면 자신의 어려운 현실을 잊게 해주는 뮤지컬이 영원히 계속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던 셀마의
마지막 노래가 사형의 집행으로 멈춰버린 위로 떠오르는 그 글을 잊을 수가 없다.
“They say it's the last song. They don't know us, you see it's only the last song if we let it 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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