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아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보고
처음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영화에 대해서 글을 써야겠다고 맘먹었었지만 뒷일을 생각하니 좀 신경이
쓰이기도 했다. 지난 번 글 마지막에 한 줄 언급한 것 때문에도 주위에서 몇 마디 들었는데, 이제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나면 제목만 보고도 ‘쯧쯧, 센 척하더니 너도 별 수 없구만... 그래 너도
결혼하고 싶지?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지?’란 말을 듣는 것은 아닐까 싶어서...
하지만, 두 번째로 영화를 보고 나서 이 글을 쓴다. 아내? 결혼?에 대한 나의 생각을 이야기해 볼 수
있는 기회라고 믿으며...
누군가 연애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바라보는 것이지만 결혼은 두 사람이 나란히 같은 곳을 바라보는
것이라고 했었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던 때에는 이렇게 생각했었다. 그래... 그렇다면 연인 사이의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상대방이 어떤 점에서 자신과 다른지 또 어떤 점은 자신과 그렇게
똑같은지를 발견하게 되겠지? 그리고 차이점이든 공통점이든 간에 장점을 더 많이 발견한다면 십중팔구
결혼을 결심하게 될 것이고, 단점을 더 많이 발견한다면 그 반대일거야. 그래야 발전적인 것 아니겠어?
하지만 말이다... 언제부터인가 정말 그럴까?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부부란 서로만을 바라보면서 하나의 인생을 살아가는(그래서 종종 한쪽의 큰 희생을 요구하는) 관계이기
보다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각자의 인생을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물론 약간의 양보는 필요하겠지만)
관계이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럴 수 있기 위해서는 장점이든 단점이든 간에 두 사람 사이에
‘공통점’이 많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갖지 못한 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보다는 나와 너무나도
닮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서로의 장단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것,
그것이 바람직한 결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오랜
세월을 자라온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부부 사이에서 그러한 차이점들은 이해와 발전에 앞서 불만과
불신을 키우지는 않을까? ‘사랑’을 이야기하겠지만 과연 얼마동안이나 가능할까? 실제로 많은 부부간의
갈등이 결국 이런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그렇게 바라보니 영화 속의 두 주인공은 너무나도 바람직한 관계다. 영화 내내 난 두 사람의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하지만 성실하고 순수하다(언제부터인지 ‘성실’과 ‘순수’가 ‘평범’이란 단어와
어울리지 않아진 듯도 하지만). 남자는 어머니를, 여자는 아버지를 어린 시절에 잃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두 사람은 자신의 짝을 찾고 있으며 그 상대방에게 이야기를 한다. 남자는 비디오 카메라를, 여자는
CCTV를 향해... 참~ 두 사람 모두 핸드폰 챙기는 것을 자주 잊기도 한다.
영화 속 두 사람도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해 간다.
정전으로 갇히게 된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녀는 자신의 신발을 남자의 신발 옆에 가져가 본다. 둘 다 앞이
뭉툭한 스타일이다. 또 요즘의 고급스러운 요구르트가 아닌 싸구려 옛날 야쿠르트를 더 좋아한다. 물론
여자는 남자에게서 야쿠르트를 먹는 새로운 방법을 배우기는 하지만... 그리고 무엇보다도 두 사람은
‘아내’에 대해서(결국 ‘결혼’에 대해서)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도 모르게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장면이었다. 처음 남자의 집을 찾은 여자가 슬쩍 남자의 마음을 떠본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네. 밥짓고 빨래하고 청소하라고 시키고, 데리고 자고 싶으면 잘 수도 있고...”
남자가 어이없어 한다.
“그게 몸종이지. 아니 같은 여자끼리 어떻게 그런 소릴 해요? 요즘 남자들 안 그래요. 아내는... 특별한
사람이에요.”
그런 두 사람이기에 극장 문을 나서면서 내가 그 두 사람은 꼭 결혼할 것이라고, 그리고 아주 훌륭한
부부가 될 것이라고 믿게 되었는가 보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일상 속에서 찾아내게 되는 비범함이
주는 즐거움. 이 영화는 그런 것을 만끽할 수 있게 해주는 너무나도 멋진 작품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결혼하고 싶어 미친 노총각의 이야기가 아닌가 오해하게 만드는 제목 속의 ‘아내’는
결국 ‘동반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게 이 영화는 ‘결혼’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더군다나 그것이 나의 결혼에 대한 생각과 닮아 있어서 더욱 기쁘다.
그래...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아니, 누군가의 아내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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