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amily Man..
내가 만일...
- 영화 ‘패밀리 맨(The Family Man)’을 보고...
내가 만일 그때 그렇게 했더라면(또는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은 어떨까?
스스로에게 이러한 질문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거기에 약간의 상상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길을 선택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상상해 보곤 할 것이고... 우리들은
살아가면서 너무나도 많은 선택을 강요당하고 그래서 마음 한구석에는 늘 어떤 아쉬움을 간직하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음직한 상상이기에 영화의 소재로서는 상당히 진부하다. 실제로 그러한 상상을
모티브로 해서 수많은 영화가 만들어졌고, 최근에는 지하철에 타고 못타는 몇 초 차이 때문에 갈리는
운명을 다룬 기네스 펠트로의 ‘슬라이딩 도어즈’란 영화가 있었다. 더군다나 이미 그 이전에도
우리는 모 개그맨을 스타덤에 올려놓았던 ‘TV 인생극장’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그러한 상상의
결과물들을 지겹도록 보았었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낯설고, 너무나 진부해서 새로운 그런 것들 또한 있다. 얼마 전 혼자 보았던
우리 영화 ‘순애보’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그래서 나를 너무나도 기쁘게 했던 그런 것들을 기대하면서,
뭐 또 그런 것이 없다면 니콜라스 케이지와 티아 레오니 두 배우의 매력이라도 만끽해 보자는 생각으로
극장 문을 들어섰다.
13년 전 소박하게라도 같이 살자는 애인 케이트를 뿌리치고 런던으로 날아가 지금은 뉴욕의 출세한
투자전문가이자 플레이보이인 잭.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 비서가 전해준 케이트의 연락처를 휴지통에
버리며 “난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그를 보고 있으면 이 영화의 속셈을 눈치채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교만한 저 사람이 뭔가를 깨닫고 첫사랑에게로 달려갈 것이고, 그러면서 관객들에게
감동과 눈물을 강요하겠지? 뻔하잖아?
하지만, 이후 영화는 너무나도 생기 넘치고 따뜻하게 진행된다. 이런 나의 교만함이 부끄러워질 정도로...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의 스크루지 영감처럼 잭은 13년 전 자신이 런던으로 가지 않았을
경우의 인생을 꿈을 통해 들여다보게 된다. 뉴저지의 서민주택에서 자원봉사 변호사인 아내 케이트와
두 아이, 그리고 강아지와 함께 살면서 매일 아침 개침으로 세수를 하며 잠에서 깨어 막내의 기저귀를
갈아주고, 딸아이에게 초콜릿 우유를 만들어 주고는 유치원과 학원에 데려다 준 뒤 장인의 타이어가게로
출근해 8시간을 일하고, 다시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소박한 가장으로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
새로운 삶에 우왕좌왕하는 잭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많은 에피소드들(그 속의 대사들이 안겨주는 즐거움은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영화 ‘비포 선라이즈’를 떠오르게 한다) 속에서 결국 잭은 케이트와 가족에
대한 한없는 사랑을 깨닫게 된다. 그 가운데 내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자신은 더 성공할 수 있었는데
왜 이렇게 희생해야 하느냐며 따지는 잭에게 케이트가 해 준 이야기였다. 자신 또한 많은 것을 포기했으며
자신은 ‘나’가 아닌 ‘우리’를 선택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부부란, 가족이란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지만 이제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가야만 하는 잭.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 위해 충혈된 눈을 껌벅이면서
잠들지 않으려 애쓰는(꿈속에서 잠들면 꿈에서 깨어나기 때문에) 그의 모습을 보면서 난 눈시울을 적시지
않을 수 없었다.
꿈에서 깨어난 잭은 결국 케이트에게로 달려가고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다. 영화의 결말에 대해
좀 더 여운을 남겼으면 하는 아쉬움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은데... 난 더 이상의 여운을 남기는
결말도 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쉽사리 해피엔딩이라고 말할 수도 없을 것 같다. 13년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사람이 꿈속에서와 같이 살아갈 수 있을런지는 정말 아무도, 며느리도 모르는(^ ^)
일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끝’이 아닌 이제 ‘시작’에 불과한 것이기 때문에...
극장 문을 나서면서 차가운 밤바람에 문득 곧 개봉하는 우리영화의 제목이 떠오른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아~~~”
(근데, 너 그럴 준비는 되어 있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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