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에 옮겨온 지금 부서에서는 '저작권' 업무만을 담당하고 있지만..
2003년부터 작년까지는 회사와 관련한 '소송' 업무도 함께 담당했었다..
시간이 길었던 만큼 많은 사건들을 다뤘었는데..
그중에 2005년에 방송되었던 '시사매거진 2580'과 관련한 소송이 있었다..
방송내용은 고문으로 인한 자백으로 온 가족이 간첩죄로 처벌받았던 분들이 재심을 통해
자신들의 누명을 벗기 위해 애쓰는 모습을 다룬 것이었다..
그 와중에 그들을 고문했던 한 수사관의 집을 찾아가 고문사실에 대한 양심선언을 받으려
취재기자와 일부 가족들이 찾아갔는데..
재심을 위해서는 당시 자백이 고문으로 인한 것이라는 등 유죄를 뒤집을만한 증거가 필요했고..
공소시효가 지나 수사관이 양심선언을 해도 처벌되지 않을 것이기에 기대를 했었으나..
이를 거부하는 수사관과 감정이 격해진 가족들 사이에 언쟁과 몸싸움이 생겼고..
이를 말리던 취재기자는 결국 취재를 포기했다..
방송에는 그 과정이 모자이크 처리와 음성 변조를 한 후 짧게 방송되었다..
그런데, 회사와 취재기자 그리고 당시 방문했던 가족들에게까지 날라온 것은 수사관측에서 낸 소장..
형사고소와 함께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까지..
수사관의 변호사는 개인적으로 경멸하는 인간이었고.. 취재과정에서의 사소한 문제를 꼬투리잡아
물고 늘어지며 온갖 소송으로 괴롭히는 그 인간의 전형적인 수법이었다..
엄밀히 말해 간첩 조작 사건과는 무관한 사건이라지만..
사죄를 해도 시원치 않을 사람이 이렇게 나온다는 것에 정말 인간에 대한 회의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회사가 약간의 합의금을 부담하여 취재기자와 가족들의 형사소송에서는 좋은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에도 반발해 항소하는 검찰에도 다시 한번 분노.. 하긴, 요즘의 모습에 대면 양반이었다..)
그렇게 잊혀졌던 사건인데..
어제 그 가족들이 결국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반가운 기사를 보았다..
그렇게 진실은 결국 밝혀진다지만.. (묻혀버린 진실은 또 얼마나 많을까..)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그들의 인생은 누가 보상해 줄 것이란 말인가..
부산지법, 간첩혐의 신귀영일가 재심서 무죄(종합)
| 기사입력 2009-08-21 13:46| 최종수정 2009-08-21 13:59
29년만에 간첩 누명 벗은 신귀영.신춘석씨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외항선원이던 1980년 간첩으로 몰려 각각 징역 15년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74.왼쪽)씨와 신춘석(72.오른쪽)씨에 대한 재심에서 부산지법 형사6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009.8.21 pcs@yna.co.kr
법원 "사법부 잘못 진심으로 사과"..신씨측 "무죄 판결로 다소 위로"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1980년 간첩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74) 씨 일가에 대한 재심에서 법원이 29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과거 사법부의 잘못에 대해 사과했고, 신 씨 일가는 늦었지만 법원 판결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부산지법 형사6부(최철환 부장판사)는 21일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돼 각각 징역 3~1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74) 씨와 신춘석(72) 씨 등 재심청구인 4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경찰의 신문조서와 자술서, 일부 증인의 진술은 피고인들이 동의하지 않았기 때문에 증거로써 능력을 갖추지 못한다"면서 "특히 피고인들이 불법 구금과 고문, 협박을 받아 사실과 다른 진술을 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또 법원은 "피고인들이 조총련 간부라는 사람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을 준 사람이 이미 귀화한 사람으로 국가 안전에 명백한 위험을 줄 수 있는 행위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를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불고지죄 또한 성립할 수 없다"고 밝혔다.
판결 선고 후 재판부는 "국가 기관이 자행한 불법 구금과 고문에 이은 유죄 인정으로 피고인들이 필설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고통을 받은 데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별도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대해 2007년 9월 대법원이 사과와 반성을 하는 등 그동안 법이 정의의 편에 서는 일련의 조처를 해 왔고 그 결과 반문명에서 문명으로, 형식적인 법치에서 실질적인 법치로 바뀌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 씨는 "30년 가까이 간첩이라는 족쇄를 차고 있었지만 이제야 누명을 벗었다"면서 "만시지탄이지만 법원의 이런 판결로 다소나마 위로가 된다"고 말했다.
신춘석 씨도 "한국사회에서 살인범보다 더 무서운 죄인 간첩으로 몰리는 바람에 그동안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의 자리를 지키지 못했지만, 앞으로는 그동안 못해왔던 것들을 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외항선원이던 신 씨를 비롯해 형 신복영씨, 사촌 여동생의 남편 서성칠씨, 당숙 신춘석씨 등 4명은 1980년 2월 일본 동포에게 돈을 받고 국가 기밀을 넘긴 혐의로 경찰에게 붙잡혀 2개월간 모진 고문을 당하고 나서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29년만에 간첩 누명 벗은 신귀영.신춘석씨 (부산=연합뉴스) 박창수 기자 = 외항선원이던 1980년 간첩으로 몰려 각각 징역 15년과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한 신귀영(74.왼쪽)씨와 신춘석(72.오른쪽)씨가 부산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악목같았던 지난세월을 회상하고 있다. 2009.8.21 pcs@yna.co.kr
신 씨와 당숙은 각각 징역과 자격정지 15년과 10년형을 선고받고 거의 만기 복역했으며, 1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던 서 씨는 90년에 옥사했다.
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복영씨는 고문 후유증에 시달리다 9년 전 숨졌다.
피해자들은 1994년과 1997년 두 차례 법원에 재심을 청구해 하급심에서는 받아들여졌지만 유죄를 뒤집을만한 새로운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됐다.
신 씨 일가는 2007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로부터 사건이 조작됐다는 결정을 이끌어 낸 후 3번째 재심을 청구, 이번에 무죄를 받아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