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허구다'라고 시작부터 대놓고 선언하는 영화..
거친 노이즈의 화면(노이즈는 강해졌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역시 혼란스럽게..)..
조각조각 나고 이어지지 않는 대화와 장면들..
그 속에서 관객들은 '사랑'을 '재구성(reconstruction)'해야 한다..
추리소설처럼 재구성을 통해 '사랑'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영화는 그저 재구성할 요소들
만을 던져줄 뿐이다.. 재구성은 온전히 관객의 몫이다.. 그리고 관객마다 결과는 달라질
것이다..
만나자 마자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두 사람.. 그러나 곧 '난 당신이 누군지 몰라요'라고..
그리고는 또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무척이나 당황스럽다..
논리적으로 이해하려 하면 안되는 영화이다.. 그저 대사 하나, 장면 하나씩 느끼는 것이
영화의 맛을 살려준다..
남자가 현재 사귀고 있는 여자와 새로이 사랑에 빠지는 여자는 같은 배우가 연기한다..
'새로운 사랑'을 찾는 이들이 많지만.. 과연 그것이 '새로운' 사랑일까?
결정적인 약속장소에 몇분 늦은 남자에게 여자는 말한다.. '당신은 오지 않았어'..
사랑함에 있어.. '제때'에 하지 않은 것은 그저 '늦은' 것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 것이 또 '인연'이 아닐까..?
거의 마지막 장면.. 우여곡절 끝에 로마로 같이 떠나게 된 남과 여.. 앞서가는 남자는
'그녀가 정말 따라올까?'라는 의심에 뒤를 돌아본다.. 순간 여자는 사라진다.. '유리디케'
처럼..
사랑함에 있어.. '신뢰'의 상실은 '사랑'의 상실이다..
나레이터(감독?)가 영화의 시작과 끝에서 강조하듯이.. 이 영화는 '허구'다..
그럼에도 가슴이 아프다......
ps.
영화를 보고 난 직후에는 도무지 정리가 되지 않았다.. 영화에 관한 다른 글들을 읽어
보면서 쪼금 정리가 되는 듯 하다.. 나의 한계.. -.-
그나저나.. 시네큐브가 정말 맘에 드는 건.. 엔딩크레딧 다 올라갈 때까지 절대로 불을
켜지 않는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