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105 : ZARD를 만나고 오다.. 1 of 2
일주일간의 도쿄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정리할 것들이 많지만..
더 기억이 흐려지기 전에 정리하고 싶은 것이 있다..
ZARD의 보컬이자 ZARD 그 자체이기도 한 사카이 이즈미(坂井泉水)를 만나고 왔다..
물론 그녀가 떠난지 이미 16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이번 도쿄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일정이었지만..
정확히 어느 날 그녀를 찾아갈 지는 정해두지 않았었다..
꼭 찾아가 보고 싶으면서도..
막상 그렇게 마주하고 나면 그녀가 이 세상에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될 거 같아서였을까..
도쿄에 출장을 갔던 2004년 3월 9일 국제포럼에서 첫 투어 라이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어차피 표는 매진되어 있었고.. 일행들과 떨어져 독자행동을 할 수도 없는 연차였기에..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워 했는데..
다음은 없었다..
2007년 5월 27일 40세라는 너무 아까운 나이에 그녀는 우리 곁을 떠났다..
그후로 그녀가 잠들어 있는 곳을 알게 되었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쉬어야할 그곳에서까지 팬에게 시달리는 것을 과연 그녀가 원할까 하는 걱정에..
찾아가지를 못하고 있었다..
이제는 멀리 한국에서도 찾아오는 팬이 아직 있다는 걸 알려주어도 좋을 것 같아 찾아가기로 결심했다..
(실제로 그녀는 사망 직전에 한국 드라마 주제가를 부르거나 한국 가수와 듀엣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ㅜㅜ)
* * * *
(위 구글맵 캡쳐 왼쪽에 나오는 시간은 실제 내가 이동한 시간은 아니다.. 그저 참고용으로 방금 캡쳐한 것..)
숙소인 시부야에서 '도큐 덴엔도시센'을 타고 '쓰쿠시노역'까지 간다..
러시아워를 피해 나왔고.. 도쿄 외곽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 사람은 별로 없다..
ZARD의 음악을 들으며.. 차창으로 들어오는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쓰쿠시노역에 도착..
자그마한 역의 '동쪽 출구'로 나와 철길을 오른쪽에 두고 천천히 걸어간다..
일본에 올 때마다 신기한 것은..
철길 옆에 방음벽 같은 것들이 잘 없다는 것..
열차가 자주 다니지 않아서 그런 것인지..
워낙 일상의 소음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집값에 다 반영되어 있어서 그런 것인지.. -.-
고속열차 아닌 다음에야 열차가 달리는 소리가 듣기에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는 개인적인 생각..
그렇게 철길 옆을 걷다 구글맵이 알려주는 시점에서 왼쪽으로 돌면..
작은 공원이 하나 나온다..
구글맵에 나온 이 공원의 이름은 '쓰쿠시노 포켓 파크'..
주머니에 넣을만큼 작은 공원이라는 뜻일까..
공원 왼쪽으로 더 올라가다 계단을 오르면..
저 아래 보이는 곳이 '요코하마 미도리노사토'다..
이 표지석을 지나 건물 앞으로 가면 묘지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즈미 외에도 워낙 많은 사람들이 잠들어 있는 곳이라 찾는게 막막했다..
인터넷에서 먼저 다녀온 사람들의 글을 보기는 했지만..
우선 자판기에서 내가 마실 물과 이즈미에게 줄 물 두개를 뽑아서 가방에 넣고 있는데..
나이 지긋하신 부부가 나에게 오더니 '사카이 이즈미 묘소를 찾아왔느냐, 어딘지 아느냐?'고 물어보시길래..
나도 찾고 있다고 했더니 같이 찾아보자신다..
뜻밖의 동행..
그렇다고 묘지 전체를 뒤질 수는 없고..
마침 관리인이 지나가기에 여쭤봤다..
워낙 많은 팬들이 찾아오는 덕분인지..
'사카이 이즈미' 이름만 듣더니 방향을 알려주신다..
묘소가 커서 금방 보일 거라며..
그녀의 묘소를 찾아가는 방법은 이렇다..
입구의 건물을 오른쪽으로 끼고 좁은 길을 지나서 왼쪽으로 들어간 후에 끝까지 쭉 가면 된다..
아래 화살표 참조..
지금 보니 구글맵에서도 그녀의 묘소 형상이 잘 보인다..
그렇게..
이제서야..
이렇게..
겨우..
마주한 그녀..
꽃들이 싱싱한 걸 보면 여전히 많은 팬들이 계속 찾아오는 거 같다..
(내가 머무는 동안에도 몇명이 더 찾아왔었다.. 연초이지만 평일인데도..)
너무 다행이다..
들고 온 물 한병을 올려두고..
(그러고 보니 그녀의 음악이 CM으로 쓰였던 포카리 스웨트가 나을 것 그랬나..)
하늘나라에서는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좋아하는 음악 마음껏 만들고 노래할 수 있기를 기도했다..
비록 나는 들을 수 없겠지만..
같이 오게 된 부부도 ZARD의 음악을 무척 좋아하셨다고 한다..
힘들 때 힘이 나게 도와주기도 했다 하고..
어떤 노래를 좋아하냐 등등 이야기를 나눴다..
가나가와에서 오셨다는데..
1일에 지진이 났던 가나자와랑 헷갈려서 지진 괜찮냐고 물어봤다가 뻘쭘.. ^^;;
몇번이나 '이즈미상 아리가또~'를 되뇌이시던 남편 분께서 이제 어디로 가냐고 물어보시길래..
잠깐 역까지 차를 태워달라 하고 싶은 유혹이 있었으나..
그렇게 얻어타기에는 너무 큰 덩치이고.. ㅜㅜ
돌아가는 길도 혼자 천천히 걷고 싶어서 참았다..
ZARD의 노래가 열차 도착 알림음으로 나오는 '시부사와역'으로 가려 한다고 하니..
몰랐다면서 다음에 꼭 가봐야지라고 하셨다.. ^^
쓰쿠시노에 이즈미의 생가도 있다 하시기에 잠깐 찾아볼까 했지만..
거기까지는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부부와 헤어지고 이제 시부사와역으로..
(이즈미의 묘소와 가까운 출구로는 걸어서 나갈 수 있는 길을 못찾았다.. 도전정신으로 가봤으나 담장이.. -.-
다만, 쓰쿠시노역이 아닌 그 전역인 나카스타역으로 갈 수 있다는 글도 있더라..)
쓰쿠시노역으로 올 때와 달리 열차를 두번이나 갈아타고 가야 한다..